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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광별/문화

한강 나이트워크 42K //2018

한강 나이트워크 42K  [ 2018.7.28 ~ 2018.07.29 ]

성남에서 출발 할 땐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이 날씨에 어떻게 걷겠나 싶었는데..
잠실 지나니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고, 2시쯤 여의도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아이쿠야. 

비가 쏟아졌다 말았다- 하니 너무 후덥한 날.
친구들과 함께 KBS 근처 지하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위장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서 커피집에 앉아 잠시 한 숨 돌렸다. 여름엔 커피집 문지방 닳게 드나들 수 밖에 없지. 아-참 로또도 샀다. 

소낙비라고 했으니 잠시 숨돌리고- 비가 그치자 마자 한강변으로 걸어가본다. 여의나루역이라 했던가.. 
삼부아파트 둘러 여의나루역 앞으로 가니 편의점이 하나 있었지. 그 앞에서 고기 사먹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는 안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걷고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니 예쁜 길냥이가 반긴다.
반기는게 아니라 사실 사람한테 관심이 없었는데, 요녀석 여기서 살 만 한가보네- 다행이다. 

 

날씨가 영 심상치않았다. 점점 늘어나는 걷기대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일찍 와서 각종 행사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영.. 작년에 비해 할만 한 것이 없더라. 
참가비는 매년 오르는데..

 

이리저리 사진도 좀 찍고, 어둑해질 무렵 다 모여서 준비운동.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얀색 티셔츠를 받았는데 영 후덥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게 좋지 않다. 
작년에는 질스튜어트 기능성 티셔츠였는데 올해는 그냥 쿨링도 아닌 그냥 폴리에스테르 티셔츠. 

 

진성나루 앞 잔디마당에서 출발. 서진성이랑 이름이 같네! 
초반에 치고 나가면 오히려 걷기 편한데 사람들이 많아서 2차로 출발했다. 

63빌딩앞 수상택시 타는곳을 지나 여의상류IC교차로 가기 전 사람이 건너는 길로 건너가며 여의도를 벗어나고, 
올림픽대로 아랫길을 따라 한참 가는데 여기가 꽤 어둡고 물비릿내가 심하다. 루멘 높은 플래시를 반짝이며 달려오는 자전거도 꽤 많고. 사람 한명이 걸으면 편하고, 두명이 걸으면 좀 많이 좁은 보행자길과 자전거 한대 지나갈 정도의 자전거 길이 같이 가는 길. 한강대교를 지나가면 보행자는 강 바로 옆길로, 자전거는 윗길로 다니기 때문에 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올림픽대로 밑으로 걸어갈 때에 바람이 안불어 습습한 지하길을 걷는 느낌을 받으며 걷는데, 차량 통행도 많은 올림픽대로라 덜컹거리는 차 소리 때문에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 떠드는 소리도 많았지만!  

달력으로 말하자면 여름 끝자락이었긴 한데, 비 내린 뒤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같던 고요한 길이었다. 후덥해서 땀으로 샤워를 할 때 쯤, 동작대교를 지나며 반지하같던 도로를 비로소 벗어나 강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탁 트인 강변을 걸을 수 있었다. 

 

서래섬을 끼고 조금만 더 걸으면 반포대교(잠수교)를 가운데에 두고 있는 반포한강공원이 나온다. 
토요일 저녁이라 불잔치를 하길래 슥 보고 지나갔는데, 갑자기 불꽃을 마구 터뜨려준다! 정여사 서울 왔다고 불꽃도 터뜨려주네!! 뒤돌아서 사진을 급히 찍었는데 건진건 없었다고.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다 먹어보고 싶지만 하나 주문하고 받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소고기 살짝 구워 올린 초밥과 음료수와 뭘 또 먹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맛은 그냥저냥. 맥주 한 캔 하기엔 더없이 좋을 간단한 안주들이라 날씨만 시원하다면 또 오고 싶더라 .

 

반포 수상택시 정거장 옆에는 버스킹같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사람 꽤나 많았었지. 

 

너무 짜게 먹었던 것인지, 땀을 너무 흘린 탓인지 - 몇걸음 못 가 편의점에 들러 얼음과 물과 이온음료를 마시며 다시 반포대교 야경 즐기기. 

 

잠원한강공원 옆길은 모랫길이라 신발에 모래가 잘 들어가기에 조심히 걸어야 한다. 
낮에 비가 왔던 터라 물웅덩이도 군데군데 보이고. 동행한 정여사와 서씨 둘 뒤를 사뿐사뿐 피해가며 걸어갔다. 

 

잠원나들목에서 까만색 뺏지를 받고, 광진교 아래에서 광나루 뺏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광진교를 건너 다시 여의도 쪽으로 걸어가기. 강 아랫쪽 길에는 편의점이 많아 체력이 고갈될 때 쯤이면 바로바로 삼각김밥과 음료들로 에너지 보충이 가능한데, 광진교를 건너 가면 나오는 한강 윗길은 편의점이 거의 없다. 조명도 부족해서 약간 어둑어둑한 상태라 뚝섬유원지 가기 전까진 노란 박명시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뚝섬유원지에선 라면을 먹어줘야 제맛. 라면과 이온음료로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  
사실 제일 고비는 서울숲을 지나 중랑천교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올 때인데, 요 쯤 가면 엄청 어둡고 내가 뭐하는건가 회의감이 들고. 편의점이 없어서 재미보다 의무로 걷기 시작할 때 쯤이라 더 그랬던것 같다. 

여기서부터 반포대교까지 거의 강변북로 아랫길을 걸어 가는 코스인데, 그 길이 그 길 같고 커브를 돌면 또 똑같은 그 길이고. 앞 뒷사람 간격이 많이 벌어지는 구간이다. (작년에 걸을 때에는 꽤 후발대라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그래서 이 길이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왜 걷기대회 표식은 잘 없는가. 할때 쯤, 반표대교를 지나면 마지막 뺏지를 나눠준다. 

 

마지막 뺏지 너무 일찍 나눠주는것 아닙니까. 
함께 지급된 음료는 지방 분해 음료였던가.. 지쳐가는데 이런걸 주다니. 먹었다간 속에서 뜨끈해질것 같아 안받았던것 같다. 2017년엔 지파크 에너지음료를 엄청 줬는데, 덕분에 각성하고 잘 걸었던것 같기도 하다. 

강변북로 아랫길을 벗어나니 좀 더 걸을만 했다. 내가 지하차도를 싫어하나보다. 유독 그런 길 걸을 때에만 얼른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반포대교에서 먼동이 트는걸 보고, 조금 더 걸어가니 어스름이 걷히면서 달도 함께 사라지고. 높은 빌딩들은 햇빛을 먼저 받아 빛을 반사해 '나 여깃소' 하고 있더라. 

마지막 체크포인트가 반포대교라니. 이촌한강공원 정도는 해 줘야 숨좀 돌릴텐데. 반포대교부터 골인지점까지는 6~7km정도 남겨둔 상태. 해가 뜨기 전에 얼른 가야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인데, 발.다리는 나의 마음과 따로 놀기 시작하는 구간. 

 

정여사는 도저히 안되겠다 하여 먼저 보내고, 남은 7km는 서씨와 둘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서씨가 군대에서 근무하더니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았다. 군생활이 많이 힘들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것 같다. 부사관 하사로 들어가서 중사를 달았고, 곧 상사로 진급할 수 있을것 같다 했는데 부대 안에서 일이 힘들다기 보단 정치질같은게 힘들다 했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말 없이 걷다가 원효대교를 건너기 전에 해가 떠 버렸다. 길다면 긴 원효대교는 1.5km정도 된다.  이 다리는 사람 둘정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차가 지나다니는 곳 바로 옆에 있어 조금 위험한 다리. 하지만 해는 떠오르고! 마지막 골인지점이 눈 앞에 보이기에 제일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작년에 비해 운영이 많이 실망스러웠던 한강나이트워크42k.
아쉽지만 내년부터는 불참. 멀어도 경주 걷기대회를 가는 편이 훨씬 더 좋을것 같다. 

 

메달은 국내 걷기대회중 이쁘다면 손에 꼽을 수 있는 메달. 
다 구겨져버린 배번표와 땀내 진동하는 몸과 얼른빨리 잠들고 싶은 정신. 
체크포인트 뺏지들과 신상 아몬드 두유와 닭가슴살이 남았다. 

서씨 차를 타고 근처 가까운 목욕탕을 찾아 때를 밀고 바나나우유를 마시고! 아침을 먹고 해산.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 때가 십여년 넘게 친구였던 서씨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이 걷기대회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마지막 대화도 이 쯤이었지. 
같이 가는게 중요하지 완주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완주를 목표로 걸어서 정여사를 덜챙기던 내 모습에 서씨가 약간 화가 났던것 같았다.
출발 당일부터 나에게만 좀 막 대하는 모습에 이래저래 쌓인 화가 슬 나려던 차에 시간이 다 되어 헤어졌고, 이후로 연락을 거의 안했던 것도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되어 남아 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랬을까 싶고.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그냥 그자리에서 말하고 좋게 풀고 헤어졌으면 될 것을.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 왔던 것이 서씨의 비보라니. 

서로의 삶을 사느라 그냥 바쁜줄만 알았는데. 잠든 사이 기숙사 방에 화재가 나서,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삶이 힘들어 술을 마시고 잠에 겨우 든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배터리 달린 킥보드인지 롱보드인지 타는게 요즘 참 재밋다 그랬는데. 수영도 다니고 자기만을 위한 취미생활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생각 했는데.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 

제일 오랜 친구였는데.
또 생각하니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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